45년 전 5·18민주화운동 최후항쟁지였던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일대 5·18민주광장이 광주2025 현대 세계양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지역 양궁 메카로 '잠시' 변신했다.
전체 8일의 대회 기간 중 무려 6일 동안 치러지는 결승전이 모두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특설 경기장에서 치러지게 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9일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대회 컴파운드·리커브 종목 개인·단체·혼성전 각 금메달 결정전 등 주요 경기가 5·18민주광장 특설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지난 7~8일 치러진 컴파운드 혼성·단체전, 남자 개인전 메달 수상자들 모두 민주광장 특설 경기장에 마련된 포디움에서 영광의 순간을 누렸다.
조직위는 이번 대회 결승전이 치러지는 곳으로 광주를 대표하는 공간이자 민주·인권·평화의 상징인 민주광장과 옛 전남도청 일대를 낙점했다.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신군부 폭압에 맞서 민주·평화·인권을 염원하며 도청으로 모인 대학생·시민들이 민족민주대성회를 연 항쟁의 산실이다.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선 시민군이 상황실 등을 설치한 항쟁 근거지이며, 5월27일 계엄군 최후진압 당시 마지막까지 분투한 5·18 대표 사적지다.
특히 민주광장 일대가 대회의 슬로건으로 정해진 '평화의 울림'과도 맞닿아있다는 점이 크게 유효했다. 슬로건에는 '평화의 땅' 광주에서 쏘아올려진 화살의 울림이 전세계에 퍼지는 '평화의 메아리'가 된다는 의미가 담겼다.
1980년 5월 항쟁의 주요 무대였던 옛 전남도청 5·18민주광장은 장소 자체로서도 대회 슬로건 '평화의 울림'을 상징하는 만큼 대회를 통해 이같은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라는 뜻이다.
시민들은 이같은 의미를 담아 마련된 경기장이 생소하면서도 눈길을 끈다고 입을 모은다.
서포터즈 최순규(64·여)씨는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모일 줄 만 알았던 광장에 경기장이 들어선다니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지만 막상 객석에 올라 경기를 두 눈으로 보니 생각보다 실감나게 잘 꾸며져 있었다"며 "대회를 빌어 앞으로도 광장의 또다른 역할이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관객 임미진(45·여)씨도 "공간이 다소 협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양궁장이 무리 없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놀라우면서도 생경했다"며 "국제경기 등 앞으로도 광장의 의미를 잘 전달하는 계기가 자주 만들어지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번 대회 오는 12일까지 8일간 76개국·선수 731명이 뜨거운 경쟁을 펼친다. 22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세계장애인양궁선수권대회에는 47개국·445명이 출전한다.
호남일보 인터넷신문 관리자 기자 |